프롤로그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블록버스터 영화가 없더라도 극장은 사람들에 따라 하나의 휴식공간 또는 만남의 장소로 나름 사람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충분히 했었습니다. 하지만 2년간 이어진 역병은 당장 상영 영화 편수에서부터 입장 시 인원 그리고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물품까지 어느 것 하나 극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가 종식되진 못해도 영화 관람에 불리한 영향을 줬던 정부의 정책이 완화된 지금의 위드 코로나 시기는 일단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최소한의 기반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데 분명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다양한 관객층을 한 번에 모을 수 있는 그런 콘텐츠가 빠져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영화 '극한 직업'에서 강렬한 인상과 쉴사이 없는 웃음을 선사해준 류승룡이 주연한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개봉은 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특히, 영화 예고편과 포스터는 그 기대감을 한껏 더 부풀렸습니다.
포스팅 전개에 스포일러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냥 즐겁게 웃다 나오는 코메디 장르의 영화만은 아닙니다. 그 부분을 중심으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줄거리
영화는 한 때는 최고의 촉망받는 작가였으나 지금은 7년간 변변한 작품하나 써내지 못하는 주인공 김현(류승룡)을 중심으로 그 주변 가족과 그 주변 사람들의 어색한 꼬인 일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김현과 10년엔 부부였지만 이혼 후 지금은 그의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순모(김희원)와 비밀 연애 중인 전부인 미애(오나라),
김현과 미애 사이의 아들로서 이혼한 부부의 이상한 관계가 못마땅한, 최근 연애 실패를 경험한 고등학생 성경(성유빈)과 성경과 우연한 기회에 묘한 만남을 통해 동거를 하기 배우 정원(이유영),
그리고 갑작스럽게 주인공 김현에게 다가와 그에게 다시금 글쓰기 영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제자 유진(무진성)까지
이 6명의 등장인물 모두 우리 일상에서 평범하게 마주칠 법한 캐릭터건만 모두 다 하나 이상의 사연을 가지고 뒤틀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뒤틀린 사람들이 의도치 않게 비슷한 시기에 동시에 인연을 맺으면서 사건이 전개됩니다.
장르만 로맨스? 아니 각양각색의 사랑 이야기
류승룡과 오나라가 주연이라는 점과 코믹함이 느껴지는 예고편, 포스터 등에서 영화 실관람객과 예비 관람객 모두 극장에서 오랜만에 웃다 나오는 경험을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부분만을 기대하고 영화 관람을 계획하였다면 상영 종료 후 실망스러워하는 자신을 발견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분명 이 영화는 코믹 장르가 맞습니다. 영화의 전체 전개 속에서 관객에게 코믹스러움을 전달하려는 배우와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한 직업처럼 그곳에만 포인트를 맞추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화가 잡고 있는 중심은 우연히 찾아온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처신과 그 결과에 대한 감내입니다. 이것을 위해 한국 사회에서 다소 논란꺼리를 줄 수 있는 소재인 동성애, 청소년의 탈선 그리고 불륜 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영화에서 배우들이 연출하는 코미디는 자칫 관객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소재가 풍기는 냄새를 희석시키기 위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이 영화에서 그려내는 사랑은 결코 순탄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일방적일 수 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상처로 밖에 남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대다수가 원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기엔 사회적으로 용납받기 힘든 상황들이 연속됩니다. 연출가가 '당신은 어디에 더 가치를 두고 어떤 인물에 더 공감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관객에게 서슴지 않고 전달하는데 이 영화의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답이 없는 이 질문을 2시간동안 풀어내면 이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연기자 출신인 조은지 씨가 찍은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소재와 접근 방식이 참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꿈에 그리던 마스크 없는 세계
앞서 서두에서 말씀드렸다 싶히 한국은 11월부터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한된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 여전히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작용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와 관련된 인물 중 누구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진행에서 굳이 코로나 시국이란 걸 사람들에게 알려할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 코로나 시대 이후 개봉된 어떤 영화도 배우들이 마스크를 쓰고 연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할까요?
제가 마스크 사용을 굳이 언급한 것은 마스크 사용 자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 우리 눈에 보여지는 영화 속 장면뿐만 아니라 영화 화면 바깥에 있는 세트장 주변도 착용을 하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영화의 마지막 배경이 된 리투아니아의 우주피스 공화국에서 보인 주변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결코 억지로 설정한 모습이 아닌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몸을 부대끼면서 축제 분위기를 살리는 길거리 사람들부터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한 상태로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람들까지, 단순히 탈마스크뿐만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코로나와는 무관한 듯싶어 보였습니다.
역시나 그랬습니다. 나무위키를 통해 알아낸 이 영화의 촬영시기는 2019년 여름에서부터 초가을이었습니다. 배우들이 입었던 반팔만큼이나 그들에게서 전염병이 없던 시절의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죠. 영화 속에서 그 자유로운 시절을 간접적으로 다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를 보고 남는 작은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너무나 풍족했기에 그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전염병이 없던 그 시절은 언제쯤 다시 만끽할 수 있을까요?
에필로그
코미디를 기대하고 관람했다 다른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 '장르만 로맨스', 이 정도 설명이면 영화 관람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에게 어느 정도 힌트를 제시해 드린 듯싶습니다. 즐거운 아침이 되시길 기원하면서 이상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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