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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라는 이름의 함정: 구로사와 기요시의 <큐어(CURE)>가 던지는 서늘한 질문 제목과 내용의 괴리, 그 이질적인 불편함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1997년작 큐어(CURE)>를 접한 관객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감정은 일종의 당혹감입니다. 사회 통념상 'CURE(치료/치유)'라는 단어는 본래 회복과 안정, 정화되는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지만 구로사와 감독은 관객이 무의식 중에 믿고 있던 이 언어적 약속을 정확히 겨냥합니다. 치유와 회복을 기대하며 극장에 들어선 관객이 마주한 화면은 평범하고 성실했던 교사, 의사, 경찰이 저지르는 기괴한 연쇄 살인의 연속일 뿐입니다. 영화 제목과 서사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관객은 아무 의심 없이 들고 들어온 '안전한 언어의 세계'가 조금씩 허물어지는 인지적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불편함을 넘어선 질문 : 무엇이 진짜 '병'이고 '치료'인가? 하지만 .. 2026. 7. 20.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시사회 관람평 프롤로그 8월 7일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인 관람 후기는 중학생 이상(단순히 영상과 이야기 전개뿐만 아니라 영화에 담긴 요소를 세심히 살필 경험이 있는 나이대라는 뜻에서)부터 전연령이 볼만한 ‘영상동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년, 아파트, 동네 빵집, 이웃사촌 착석 이후 우리는 2시간동안 위 단어들이 원래 가졌던 따뜻한 기억을 다시금 찾을 수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위에 나열된 단어들은 오늘날 점차 딱딱하거나 어둡고 불편하거나 잊혀진 의미로 바뀌고 있죠. 오늘날 청년의 뜻은 갈등, 우울감, 실업, 생활고, 불신 등과 관련되어 있죠. 무엇이든 도전할 체력이 있고 향하는 시선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이제 막 사회의 첫발을 내민 새싹 정도로 여겨.. 2025. 8. 11.
두 콘텐츠에서 동시에 마주한 같은 교훈 - 전지적 독자 시점과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 들어가며언젠가 한번은 쓰고 싶었지만 그 방대한 스토리와 인물 그리고 그 이야기 밖에 관찰자였던 각기 다른 시간 속 나까지, ‘건담’은 손쉽게 주제로서 펜을 드는데 그동안 너무 거대한 벽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담과 관련된 이야기를 쓰게 만든 계기는 한편의 영화 -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시간동안 영화 전개에 대한 평가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 전지적 작가 시점을 교묘하게 비튼 작명 센스가 돋보인다고 느낀 이 작품의 내용은 25년 여름 한국형 최대 블록버스터라는 마케팅 문구에 끌려 영화관에 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후속편이 나왔음 하는 기대까지 가진 나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지만 영화 밖에선 평가가 극단적일 정도.. 2025. 8. 7.
아버지의 광시곡/조성기/한길사 들어가며 소설 『아버지의 광시곡』은 한번 빨갱이로 낙인 찍히면 철저하게 사회에서 고립되고 낙오되던 폭력의 시대에, 그 낙인자로서 모든 수난을 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한 인간의 모습을 아들의 눈높이에서 그린 자전적 에세이입니다(분명 작가는 책에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소재로 소설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개인적 생각으론 독자의 편안한 읽기를 위해 일부 각색이 있었을지언정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쓴 산문은 분명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에 작품을 ‘에세이’로 재정의하였습니다). 작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기술했다는 점에 착안하여 작품 후기에 서술의 특징으로 광시곡 기법을 언급하였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제목조차 광시곡을 사용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연재되던 글을 모아 편.. 2024.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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