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장안의 화제를 계속 물러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제 많은 사람들은 이 드라마에 대하여 '오징어 게임이 뭐야'에서 '오징어 게임 후속은 나오는 거야? 나온다면 언제 나오는 거야'로 질문을 바꿔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해 보았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후속작은 누구를 주인공으로 어떻게 나올까?
왜 후속은 프리퀄이어야 하는가?
1. 후속작에 대한 대중의 폭팔적인 관심
최근 넷플릭스의 통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약 70여 개의 국가에서 시청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상업 OTT로서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방향이 이윤 극대화라는 측면인 점에서 이렇게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소재를 그냥 지나칠 리가 없습니다. 전작의 흥행만으로도 향후 제작될 후속작에 팬들의 대규모 유입이 예상되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어떤 식으로든 후속작 기획을 고려할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시즌 2'는 빠른 시간 내 나오기 힘들듯 싶습니다. 우선 이 작품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황동혁 감독에 따르면 대본이 작성된 시점은 2009년으로 그동안 이를 영상으로 실현할 환경도 적절치 않았고 당시 관점으로 특별한 투자를 받을만한 소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스토리가 영상화되지 못했습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오징어 게임의 엄청난 성공은 이 작품을 구상한 황동혁 감독이나 이를 영상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넷플릭스에게 예상치 못한 뜻밖의 변수였고 당연히 후속 스토리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내용 전개상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전작과 같은 데스 매치 게임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치밀한 스토리 구조나 시청자를 놀래케 할만한 반전에 있지 않는 듯싶습니다. 오히려 우리에겐 별 것 아닌 것처럼 취급받았던 한국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게임과 한국인들이 보통 신파라 비하하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놓지 않는 인간애가 사람들에게 통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는 처음 접할 때는 매우 신선하지만 두 번만 반복되더라도 흥미가 반감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즉, 이를 넘어설 뭔가가 있어야만 지속적인 흥행몰이가 가능하단 이야기입니다. 자칫 일시적 흥행에 힘입어 미숙한 상태로 제작했다간 '어둠 속으로(into the night) 시즌2'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넷플릭스도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럼 이 엄청난 화제를 그냥 죽일 것인가? 당연히 아닙니다.
2. 회상씬이 없었던 오징어 게임
회상씬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감초같은 역할을 합니다. 시청자 또는 관객이 극 중 어떤 인물에 몰입하고자 할 때 회상씬은 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 줌과 동시에 인물이 하는 행동의 타당성을 제시해 줍니다. 또한 제작자 입장에선 시청자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 극의 물리적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징어 게임에선 그 흔한 회상씬이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있는 회상씬도 주인공 기훈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 그러나 설명이 불충분한 파업 장면에 불과합니다. 특히, 이 장면이 어찌 보면 기훈과 뒤에 기술한 오일남이 어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일 수도 있어 보이는데 오일남의 독백으로 설명이 '불충분'한 상태로 마무리됩니다.
자, 드라마 제작자와 연출자에게 있어 전작에 인기 인물들에 대한 회상씬이 없다? 이것처럼 사골을 끓여 먹기 좋은 소재가 어디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시즌 2보단 외전, 그중에서도 '오징어 게임'이 어떻게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에 프리퀄에 방점을 두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프리퀄은 누가 주인공이 될까요?
오일남만이 가능한 이유
1. 캐릭터의 복합적 성격
오일남이란 캐릭터는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다층적인 특징을 가진 인물입니다. 아무런 준비없이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을 본다면 누구나 '이 뜬금없는 나이 든 할아버지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죽음이 드리운 인정사정없는 게임판에서 그의 표정은 진짜 어린애가 이기겠단 목적만 가지고 게임을 즐기는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해맑은 모습으로 1차 게임을 뒤집은 자, 그는 오일남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더 곤경에 빠진 주인공을 다시 게임 속으로 유도한 자도 오일남입니다.
대부분 알고 있다 싶히 오일남은 죽음이라는 벌칙이 있는 오징어 게임을 기획한 사람입니다. 사실 그는 사람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에도 사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게임장에서 벗어난 그는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냉혹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성기진에게만큼은 그의 허물까지 덮어주며 죽음을 피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것도 사전에 1번 외투를 벗어주며 깜부라는 특수한 지위까지 부여하면서까지... 왜 그랬을까요? 그 극한 상황에서도 측은지심을 끝까지 유지한 성기진이 고마워서? 아니면 여유 부릴 처지도 아닌 자가 미친 오지랖을 자랑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아니면 그와 함께 있음 게임하는 재미가 더 샘솟아서?
이 분의 행동은 캐보면 캘수록 뭔가 일 것 같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그에게도 마음 깊은 어느 곳에 선한 기질이 여전히 남아 있을까요? 그러면 어느 시점에 이 사람은 본격적으로 흑화되었을까요? 극작가 입장에서 사람들의 호기심에 채워 주기만 해도 중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캐릭터, 오일남... 프리퀄 1호로서 자격은 충분해 보입니다.
2. 배우의 미친 연기력
오일남은 원로 배우 오영수님이 맡으셨습니다.
사실 오영수님은 미디어에서 누구라도 한 반쯤은 봤을 법하지만 만약 어디서 봤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손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배우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그만큼 눈에 띄는 주역을 많이 맡지 않으셨다 이야기겠죠. 그러나 이번 오징어 게임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력은 그가 왜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게 합니다.
어수룩한 치매끼있는 노인에서부터
우리 시대 자식 보는 재미로 고생을 잊고 살아갔던 아버지
그리고 냉혹한 자본가의 얼굴까지
천의 얼굴을 지닌 캐릭터 오일남은 만약 오영수 님이 아니었으면 어쩔까 싶을 정도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오징어 게임의 진정한 주인공은 지질한 동네 아저씨로 변신한 이정재도, '내가 니 형이여'라고 보여준 이병헌도 아닌 오영수 님이라 단언하고 싶습니다. 만약 누구 때문에 다시 오징어 게임 유니버스를 관람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다면 첫 번째 답변은 오영수 님이 연기한 오일남입니다(물론 젊은 역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은 여전히 남지만). 저의 이런 답변에 동의할 분 적지 않으리라 자부합니다.
에필로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징어 게임은 당분간 후속작을 구경하긴 힘들 듯싶습니다. 열성 시청자 입장에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인내심은 가질 테니 제대로 된 오징어 게임 유니버스가 많이 나왔음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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