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재미도 재미지만 참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영상 텍스트입니다. 그중에 하나가 등장한 인물마다 고유의 특성이 매우 강렬하여 한 명 한 명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오징어 게임 등장인물에 대한 소고 - 프론트맨 편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한지 이미 일주일 정도가 흘렀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스토리는 대충 파악하였고 지금은 이 드라마를 리뷰하는 단계라 생각되기 때문에 스포일러에 대한 우려 없이 마음껏 내용을 전개하겠습니다.
프론트맨의 정체는?
막상 큰 일을 하지 못한 동생의 행적이 이야기해준 프론트맨
게임장에서 그 등장부터 다른 운영자와는 다른 포스를 보여줬던 '프론트맨'
그는 8화에서 가면을 벗어던질 때까지 분명히 드라마에서 중요한 역일 듯싶은데 5화까지 그렇게 큰 분량을 보여주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적으로 많은 역할을 하지 않은 것뿐이지, 그의 배경은 동생인 경찰 황준호가 잠입 활동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간접적으로 보여 줬습니다. 무언가 큰 역할을 할 줄 알았던 준호의 어이없는 퇴장에 많은 시청자들이 불만을 가졌겠지만 사실 준호의 역할은 게임의 참가자들이 보여줄 수 없는 ○△□ 조직의 구조와 운영방식을 경찰의 눈으로 보여주는 것과 자신이 찾고 있던 형이 극 후반부에 중요한 키맨 중 하나인 프론트맨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었습니다.
그는 경찰 황준호의 형으로 경찰대학을 졸업하여 경찰 조직 속 엘리트 코스를 밟다 어떤 이유로 인해 2015년 오징어 게임에 참여, 우승을 하고 지금은 오징어 게임을 총괄하는 총 관리자역을 맡고 있습니다.
시즌 2에서 프론트맨이 왜 변심할꺼라 단정하나요?
책상 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라캉 서적과 거울 속에 비친 동생의 그림자
웰메이드 드라마로서 오징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드라마 곳곳에 상징적 요소나 복선을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곳곳에 묻어 두어 시청자들이 우연히 발견하거나 혹은 지나쳤더라도 다시 상기하면서 '이런 내용이었구나'를 복기할 수 있는 재미를 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프론트맨이 아직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갈피를 못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증거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라캉의 서적들, 욕망이론과 세미나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라캉에 대한 이야기가 깊어지면 이번 포스팅이 산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생략하겠습니다(그래도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아래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제가 라캉에 주목한 이유는 그의 거울 단계 이론 때문입니다.
https://gardenjune.tistory.com/20
구조주의: 사유체계와 사상 - 첫번째 이야기 드라마 펜트하우스 속 '규진'이는 정말 '규진'일까?
'인간 욕망의 끝은 어딘가'라는 주제로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얼마 전 마무리된 드라마 '펜트하우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었는 다양한 여러 인물들, 주단태, 천서진, 오윤희, 심수련 등
gardenjune.tistory.com
앞서 설명했지만 프론트맨은 전직 엘리트 경찰이었고 언행 중 대한민국 경찰을 비꼬면서 정의롭지 않은 전직 조직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토로하고 있습니다. 또한 게임장이 부조리한 환경으로 변모해가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역설적입니다만 이 잔인한 환경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그가 과거에 고지식할 정도로 정의로운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극 중 왜 프론트맨이 ○△□ 조직에 참여하여 총관리자가 되었는지 아직 설명되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그는 강력한 자본의 힘 앞에 어쩔 수 없는 현실과 그의 내면 깊은 곳의 정의로움이 불일치하면서 지속적으로 심적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가장 사랑하는 동생의 어깨에 총을 쏘는 상황이 그의 심적 갈등을 최고조에 달하게 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지요.
그리고 거울 속에서 드디어 자신이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상황상 아직도 갈등 중인 듯싶습니다). 그동안 자본의 하수인에서 동생 준호가 외쳤던 '형이 왜'의 형으로...
그의 마음속 갈등을 들려주는 'Fly me to the moon'
이 게임장에선 참가자들 못지않게 그들의 시선과 귀를 통해 이 게임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시청자들 또한 긴장의 끈을 놓기 쉽지 않습니다. 거기다 휑할 정도로 넓지만 고립된 광장, 지나칠 정도로 원색적인 의상 그리고 기과함을 증폭시키는 음악까지... 무엇하나 맘 편하게 해주는 것이 없습니다. 그나마 프론트맨이 게임을 시청하고 있는동안 울려퍼지는 'Fly me to the sky' 속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다소나마 위안이 되었죠. 그런데 이 곡이 단순히 극한의 긴장 속 위안 정도의 역할을 할까요? 그러기엔 이 곡이 나오는 장면과 노래 가사에 복선이 있어 보입니다.
맞은 총알을 빼내면서 갈등하는 동생의 모습을 마주친 프론트맨 뒤로 다시 Fly me to the sky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리는데,
가사의 내용이 심상치 않습니다.
"In other words, hold my hand. In other words, darling, kiss me."
(다시 말해 내 손을 잡아줘, (그리고) 자기야, 키스해줘)
그의 마음속 내면은 현실의 그에게 거울을 통해 그리고 노래를 통해 말합니다.
'나를 잡아줘'
에필로그
오징어 게임은 마지막화에서 성기훈이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고 돌아서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제시하면서 후속 편에 대한 큰 떡밥을 던졌습니다. 후속 편이 만들어질지는 여부는 이 영상 텍스트가 지속적으로 비판을 마다하지 않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이 다소 씁쓸하긴 합니다만 지금까지 흥행 성적을 봐서는 후속작은 거의 확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후속작에서 프론트맨의 역할을 어떨지 지금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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