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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 함께하는 영상의 향연

영화 장진호(长津湖) - 줄거리, 역사적 맥락 그리고 우리 언론의 냉소적 시각에 대한 평가

by 맑은오늘~ 202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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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우리에겐 개천절과 한글날 대체휴가로 인해 다소 긴 연휴를 만끽할 수 있었던 10월 초순, 중국인들은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 선포를 선언한 국경절로 7일간의 긴 연휴를 가졌습니다. 당연히 중국 대중영화도 이 긴 황금연휴 기간이 한해 매출에 매우 중요한 시기인 까닭에 매년 여러 흥행 예상작들이 개봉하는데 올해는 6.25 전쟁에서 인민해방군과 미군과의 전투를 배경으로 한 '장진호'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영화 장진호는 중국에서 개봉 일주일만에 박스오피스 매출액 40억 위안(원화 약 7000억 원)을 기록하고 현재까지 그 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며, 대외적으로 거대 문화시장의 규모를 중국을 비롯한 해외언론에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언론은 중국시장 규모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한국 언론이 주목한 점은 이미 대중에게 충분히 알려진 규모의 매출이 아니라 영화의 삐뚤어진 부분과 이에 따른 중국인들의 자극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영화 장진호의 일부 줄거리와 영화를 바라보는 우리 주류 언론의 삐딱한 시선을 주제로 포스팅을 진행(다음 포스팅에선 조금 관조적인 시각에서 중국인들이 바라봄직한 영화 장진호의 모습을 평하도록 하겠습니다)할까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는 그렇게 큰 스포일러가 나오지 않습니다. 아니 영화의 전개상 스포일러라고 할만한 내용은 대부분은 예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다른 관점에서 글을 전개해 나갈까 합니다.

 

 


 

장진호 전투가 가지는 역사적 발자취와 의미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26일부터 12월 13일까지 함경남도 장진군과 함주군 일대에서 미국과 중국이 직접적으로 싸운 최초의 전투입니다. 아래 구글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장소가 완전한 산악지대인 데다 한반도에서 기온이 가장 낮은 온도까지 떨어지는 지역에서 겨울에 전투가 벌어진 까닭에 현대전 역사상 가장 추운 전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직접적으로 전투를 경험한 양측 모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당시의 치열함과는 별개로 북한과 중국의 입장에서 이 전투는 UN 연합군의 개입과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이후 지속된 북진으로 인해 북한의 멸망 또는 북한군의 항복 직전의 상황을 돌린 중요한 계기였음과 동시에 미국을 포함한 유엔군 입장에서 전쟁 발생의 원인 제공자였던 북한으로부터 완전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철수를 해야 했던 통한의 사건이었습니다. 장진호 전투를 나무위키의 표현을 빌려 다시 표현하자면 유엔군의 북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중국 국경 접근을 막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빛나는 전략적 승리이자 처음으로 경험한 포위 섬멸작전 속에서 압도적인 대군을 맞이하여 완벽한 철수를 단행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한 미군의 전술적 승리가 돋보인 대결의 장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냉소적이기만 한 우리 언론

 

앞서 역사적 해석에서 빠진 두 주체가 있는데 이 전투의 원인이었던 6.25 전쟁을 직접 경험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 한국인이 그중 하나입니다. 장진호 전투는 우리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남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바로 앞에서 놓친 계기가 된 역사적 사건입니다. 장진호 전투 이후 역사적으로 미군과 중국군은 휴전선을 놓고 지루한 공방전을 벌이다 결국 2년 뒤 휴전에 상호 동의하였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천추의 한'으로 남은 역사적 사건의  첫 시발점이죠. 당연히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그 아픈 기억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리게 만든 '장진호'라는 단어 자체에 한국인들이 좋은 감정을 가질리 만무합니다. 거기다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이 영화의 내용은 과거의 적대적 관계를 정리하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모색하려 하는 오늘날 중국의 이웃 한국에게 결코 긍정적으로 작용할리 만무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 언론이 보인 냉소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입장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웃나라의 아픔을, 어떻게 보면 그 아픔이 만들어지는데 직접적으로 관여한 훼방꾼이 이웃에 대한 그 어떠한 배려도 없이 마음대로 재단한 점은 냉정한 입장에서 글을 써야 하는 저조차도 그리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 보여준 기사 내용이 과연 역사적 측면이나 현재 중국과의 관계에서 심도있는 고민 끝에 나온 것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울고 경례하고...영화 '장진호'에 열광하는 중국 (SBS NEWS 월드리포트)

중국 국뽕영화 '장진호' (국민일보 한마당)

中 대륙 휩쓰는 애국영화 '장진호'… 재미·작품성·사실성은 물음표 (노컷뉴스)

"반세기 지나도 반성없다" 6100억 흥행 '장진호' 때린 中언론인(중앙일보)

 

언론과 그 언론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저널 매체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그 사회의 여론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여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언론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제시하는 텍스트는 흥미위주의 제목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클릭 한번을 더 유도하거나 웹페이지를 빨리 넘기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작성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장진호에 대한 우리 언론이 바라보는 시각의 큰 줄기는 대체로

 

'국뽕 영화',

 

'그 국뽕 영화의 판에 심취해서 그 장단에 생각 없이 움직이는 민중',

 

'큰돈 써서 화면은 화려한데 내용은 별로인 영화'

 

등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쓰지만 네, 영화 장진호는 국뽕 영화 맞습니다. 그것도 오늘날 중국인들, 특히,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자긍심을 강하게 자극하여 상업적 성공도 이끔과 동시에 그 자긍심 아래 잠재되어 있는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방향성도 의식적으로 심어주려고 하는 영화입니다. 다만 이데올로기적인 접근만으론 눈높이가 높아진 중국 민중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여 화려한 영상을 메시지와 함께 전달하고 있죠. 그런데 그 방식이 그렇게까지 성공적이지만은 않았는 듯싶습니다.

 

아래는 영화 장진호에 대한 중국평가 사이트의 반응입니다.

 

 

참고로 이 사이트에서 8점대 이상을 획득하는 영상작품들은 다른 나라 누가 평가하더라도 이유 없이 낮게 점수를 주기 힘들 정도입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낮은 점수를 받은 영화는 그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그 엄청난 인구에서 나오는 모수를 감안해볼 때 통계학적으로 평가의 신뢰성은 한국 다음이나 네이버의 100명 미만의 영화 평점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있습니다('중국은 갇힌 사회다'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분한텐 어차피 안 들릴 이야기지만요). 

 

잠시 이야기가 빗나갔습니다만 영화 평점은 10점 만점에 7.6입니다. '높지 않나요'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언론이 이야기한 광풍의 수준에 못 미치는 부족한 점수입니다. '그렇게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사상에 세뇌되어 있다는 중국인들'도 10점 만점에 8점 이상을 주고 있지 않다는 것이며, 이는 우리 언론이 강조하듯이 중국인들이 중국 집권세력과 상업자본이 깔아놓은 판에서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아는 이 사이트의 7점대 중반 평가는 '돈과 시간 써가면 극장 가서 볼만은 한데 아주 많은 것은 기대하지 말라'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영상미로 7점 정도는 받을만한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8점을 넘어서기엔 국뽕탕으로 힘들다는 게 중국 대중 다수의 생각입니다. 실제로 사이트 상 영화의 평을 살펴보면 그들도 어색한 연기, 과잉 감정 표현 그리고 비현실적인 설정 등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진호 전투라는 역사를 현대 중국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소수의견을 제시한 중국 언론인을 소개한 중앙일보 기사 또한 중국 정부기관과 언론에서 강렬한 반박이 있었다는 내용만 덧붙였을 뿐 그 의견이 중국 사회에 어느 정도 울림을 줬는지,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그런 의견이 도출되었는지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빠져 있습니다. 좀 과장하자면 언론이 한국 독자들에게 눈요깃거리만 던져준 수준에 불과합니다.

 


 

에필로그

 

영화 장진호가 중국 영화계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지금 이때 이웃국가의 감정까지 건드리는 내용이 만들어져 대중에게 공개되었고 영화 자체의 작품성과 가치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수용되고 있는지 심도 있는 분석과 여기에 한국은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대한 고찰을 시도한 언론 기사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다음 포스팅에선 부족한 개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왜 위에서 제시한 질문에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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