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과 함께하는 영상의 향연

영화 더 길티 - 넷플릭스 리메이크작을 뛰어넘는 명작의 줄거리, 결말 그리고 던져진 질문들

by 맑은오늘~ 2021. 10. 11.
반응형

프롤로그

 

최근 넷플릭스를 접속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강제 소개된 영화 '더 길티', 거의 반강제적으로 영화를 시청하려던 찰나 가까운 지인이 이 작품의 오리지널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오리지널과 넷플릭스 리메이크작 간의 스토리 상 차이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작품성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평가에 근거하여 결국 원작을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원작은 덴마크 영화, 'Den skyldige', 한국과 미국에서 더 길티('the Guilty')로 번역 소개되었고 2018년에 개봉되어 국내에는 2019년에 개봉되었습니다. 영화가 오픈되었을 때 한정된 공간에서 대화만으로도 긴강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하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넷플릭스 리메이크작은 여기에 화재가 지속된 도시 배경과 극적 긴장감을 배가하기 위해 결말에 몇 가지 설정을 더 넣었다고 합니다만 현재까지 원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2시간을 즐긴 영화, 더 길티, 포스팅 시작합니다.

 

제 포스팅에서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되도록 스포일러를 남발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이 영화는 설명상 어쩔 수 없는 듯싶습니다. 다만, 스포일러가 나오는 부분에서 다시 한번 언급했으니까 약간의 주의만 기울여 주시면 됩니다


 

2시간동안 영화 전개에 대한 평가

 

1. 영화를 이해하기 위한 간단한 배경

 

덴마크 코펜하겐 소속의 경찰 아스게르 홀름, 그는 우연히 연루된 총기사고로 인해 현재는 기존의 업무에서 배제되어 경찰 콜센터에서 긴급신고를 대응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는 다음날  총기사건 변론을 위해 법정 출두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초조함이 극에 달해 있으며, 영화 설정 속 근무시간도 밤 12시에서 10분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아 사무실 곳곳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전화 속 여성은 횡설수설한 과정 속에서 자신이 처한 긴급한 상황을 아스게르에게 알리고 주인공은 무책임하다고까지 여겨지는 기계적인 대응에 익숙한 경찰 조직과 더 이상 사건의 관여를 허락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6살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홀로 고분 고투하기 시작하는데... 

 

2. 오직 '더 길티'만이 가지는 특징

 

영화의 상영시간은 88분, 1시간 30분이 채 안됩니다. 사람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한계시간인 90분에도 미치지 못한 짧은 시간의 영화가 바로 더 길티입니다. 더구나 영화는 상영 시간 내내 등장인물의 변동은 물론이고 장소의 변화도 없이 끊임없는 전화통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가끔 관객의 심리적 압박에 효과를 주고자 하는 그 흔한 배경음악도 없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사건이 진행되면서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헤드셋을 책상 위에 올려놓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을 철저하게 관찰자 시점에 놓은데 있습니다. 물론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연출자는 원칙적으로 관객을 관찰자 입장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관객이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전지적 시점에서 등장인물의 시선을 따라갈 수 있도록 배려함과 동시에 필요에 따라 장소도 이동시켜 줍니다. 그러나 영화 '더 길티'는 관객을 주인공을 관찰하는 시점과 장소에서 단 한 발자국도 옮기지 못한 상태로 주인공과 함께 스토리에 함몰되어 그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거기다 아스게르 홀름을 맡은 '야곱 세데르그렌'의 명연기까지 더해져 관객들은 강제적으로 주인공의 감정을 그대로 추체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짜증을 내면 같이 짜증이 나고 그가 답답한 상황에 직면하여 무기력감을 느낄 때 관객 또한 그 무기력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 말입니다. 다시 말해 관객은 단지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건 발생부터 1시간 10분 동안 중간에 극장이나 안방에서 나가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정신적 고문을 견뎌야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스포가 한가득합니다. 개인적으로 최근래 본 영화 중에 참 좋은 작품이고 이 스포가 전체적인 영화 감상의 맛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영화를 보신 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연출자와 작가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

 

영화의 연출자는 관객에게 묻습니다.

 

정보는 극도로 제한되어 있고 행동이 제약을 받는 상황 속에서 인간이 선의지를 가지고 한 행동이 잘못된 결과를 불러왔을 때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납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스게르가 피해자의 6살 된 딸에게 들은 이야기는 아빠와 엄마가 심하게 다퉜고 아빠는 칼을 들은 체 엄마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사 결과 그 아빠는 폭력 전과로 교도소에서 복역한 경험이 있습니다. 거기다 피해자의 집에 도착한 경찰이 전달한 정보는 한술 더 떠 딸의 동생이 배가 갈라진 피투성이 상태로 죽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울부짖는 아이에게 꼭 엄마를 찾아 주어야 한다는 측은지심이 생긴 주인공,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넘어 개인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 여성, 이벤. 그녀는 정신병 경력이 있어 정신병원에 감금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뱀을 삼켜 배가 아프다는 아들의 아픔을 낫게 해 주고자 아들의 배를 갈라 뱀을 꺼내 주었는데 때마침 집을 방문한 전남편은 그녀를 다그치며 화를 냅니다.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는 그녀는 자신을 강제로 어딘가로 데려가는 전남편 몰래 경찰에 자신을 구출해 달라고 신고하였는데...

 

사건은 정상적인 정신 상태가 아닌 이벤이 아픈 아들을 치료하고자 사람의 배를 갈랐고 이를 발견한 남편은 아내를 보호코자 그녀를 정신병원으로 데려가는 상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인지하지 못한 그녀는 경찰에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했고 전화를 받은 아스게르는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는 딸의 진술에 의존하여 경찰 조직 내부 절차를 무시하고 사건에 개입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스게르, 이반 모두 남을 돕기 위한 착한 마음에서 시작하였지만 충분치 않은 정보에 기반한 행동이 잘못된 결과를 야기하였고 이 둘에게 물질적 책임을 넘어 심리적 책임을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만든 것입니다. 연출자는 1시간이 넘는 고문 끝에 우리에게 묵직하게 돌을 던집니다. '이들에게 자유롭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자, 우리 중 누구인가?'

 


 

에필로그

 

위의 질문에 이어 작지만 이런 질문도 떠오릅니다.

 

우리는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얼마나 남을 함부로 단죄하려 드는가?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