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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의 보고 속에서

세 개의 전쟁 - 강대국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김정섭/프시케의 숲

by 맑은오늘~ 2024.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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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태평양전쟁에 돌입하기 전까지 제국주의 일본은 3가지 커다란 실수를 하였다.

 

그중 하나는 1차 세계대전 때와 달리 일본 정부가 기존 질서에 반하면서 새로운 패권을 추구하던 주축국 독일과 이탈리아 편에 서서 삼국동맹을 체결한 점이다. 물론 이는 대상만 바뀌었을 뿐 목적과 행동 방식에서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즉, 일본이 승전국 클럽에 가입하여 전승국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추축국의 일원이 되었다는 논점이다. 1940년 9월에 체결된 삼국 동맹(Tripartite Pact)은  1939년 9월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촉발된 2차 세계대전은 발발 이후 1여 년 만에 체결되었다. 39년부터 40년 중반까지 독일이 폴란드를 비롯한 프랑스에서 올린 놀라운 전적과 당시 고립된 영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유럽에서의 전황은 주축국에 상당히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시점과 상황만 놓고 보면 당시의 패권 세력인 영-미와 대립각을 세우고 새로운 질서에 주류로 편입하겠다는 일본의 의지와 시도가 근거 없는 헛된 망상만은 아닐 법하다.

 

또한 중국과 장기전을 치루고 있던 일본 내에선 프랑스와 영국이 독일과의 전쟁에서 패할 경우 동남아 지역에서 세력 판도가 식민모국에서 독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였다. 기존 질서를 유지하던 쇠퇴 세력이 신흥 강대국으로 교체될 수 상황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던 일본에게 있어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었다. 독일 중심의 질서가 재편되기 전 아시아 지역에서 발언권을 확보해야겠다는 심산도 같이 있었다.

 

이상은 김정섭 저 '세 개의 전쟁'에서 언급된 사항에 약간의 살을 붙혔다.

 

이 책은 가독성 좋은 저자의 글쓰기에서부터 저자의 박학다식한 지슥으로 풀어가는 세부 설명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통해 지정학과 예방전쟁이라는 요소로 드러나는 강대국 간 패권다툼을 흥미진진하게 풀어가고 있다.

 


 

 

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는가?

 

김정섭 저 세 개의 전쟁은 20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른 기간동안 인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태평양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대만 전쟁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지정학과 예방전쟁이라는 두 개의 큰 테마를 가지고 패권전쟁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강대국은 세력 간 균형의 관점에서 국가 간 힘의 밸런스를 유지하려 하고자 한다. 하지만 자연적 지형과 그 지역에 내재한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특정 국가 또는 세력의 성장 또는 쇠퇴를 이끈다. 그리고 기존의 인위적 또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균형이 부지불식 중에 어지럽혀진다. 그리고 그 마찰이 심화되어 최악의 경우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지정학의 관점이다.

 

예방전쟁은 상대방의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공격과 달리 중장기적으로 미래 어느 시점에 예상되는 위협에 사전 대응하고 하는 목적을 가진다.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예방 행위의 정당성을 이끌기 위해 다양한 대부분의 경우 정치적, 외교적 행동이 선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예방전쟁은 왜 일본이 결코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전쟁을 자발적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러시아가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이 있지 않았음에도 이웃 국가와 전쟁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는지, 중국이 국력의 상승이 잠식될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도 무슨 목적으로 대만과의 긴장을 계속 확대해 가는지에 대한 합리적 설명에 도구로 활용된다.

 

 


 

에필로그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은 전황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나 전쟁의 경과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전쟁의 뒤에 숨겨진 국가의 행동 원리를 역사적 사건들과 엮어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성장과 확장에 제약을 받거나 국운이 쇠퇴하는 상황을 막고자 하는 강대국의 행동이 불러오는 패권전쟁은 과거에도 있었고 오늘날에도 진행 중이며,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어쩌면 발생할 수도 있다. 

 

국제정치는 멀리서 보면 우리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인다. 평화로운 시대에는 일견 틀린 말도 아니다. 국제정치가 아니더라도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현대인을 삶을 영위하는데 관심을 가져할 부분이 차고 넘친다. 혹여 약간이라도 가진 관심이 그 영역에 큰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국제정치가 이루어지는 향방에 따라 우리의 삶은 사실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미국의 국력이 쇠퇴 기미를 보이고 지속적인 상승이 예상되던 중국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지금 우리는 단단할 것 같은 글로벌 국가들 간의 균형이 열화 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더구나 오늘날 경제대국 한국의 모습은 냉전 종식 후 미국이 주도한 자유무역과 세계화 시스템에 편승하여 가장 큰 혜택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시스템의 균열은 분명 우리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것이다. 저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 외교와 국민들은 지정학적 사고의 전통이 미비하다. 지역을 놓고 투쟁을 한 강대국의 위치를 가진 시간도 거의 없었고 국익에 기반하여 복수의 국가들을 재단해본 경험도 전무하다. 때문에 이 시점 이 책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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