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45인의 덕후가 바라본 일본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는 지리적, 인종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가까운 나라인듯 싶으면서도 정작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한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띄고 있는 일본에 대하여 정치, 경제, 문화 등 특정 분야에 지식과 경험이 있는 ‘관련자’들이 ‘이 현상은 이렇다’라는 사실과 생각을 적은 단편 에세이 모음집같은 책이다.
일본의 다양한 분야를 다룬 개괄서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호불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500 페이지가 안되는 공간에, 45명의 저자가 평균 10 페이지 정도 제한된 분량으로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전개하였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미시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자 하는 독자에겐 이 책이 높은 만족감을 주는데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짧은 시간에 한국과 다른 일본의 여러 분야를 살펴보는데 이보다 손쉬운 개괄서는 찾기 힘들듯 싶다. 특히, 이 책은 13개의 대주제 아래에 쓰레기 섬, 철도, 가방, 인형 그리고 술문화까지 여럿 소주제가 하나의 완결된 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앞뒤 내용을 살피지 않더라도 독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궁금해 하는 영역을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
개인적 관심이 가는 챕터
관심을 끌었던 챕터는 ‘독서 강국 일본으로 떠나는 문학 여행’의 2번째 소주제 ‘나를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일본문학’였다. 대학생 때 소설 속 스스로를 학대수준으로 몰고 가는 주인공을 보면서 주인공이 작가 자신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던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이 이 책을 통해 대표적인 사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소설에 대한 이해가 한층 높아지는 경험을 했다.
책에서 언급되었듯이 사소설 작가는 작품을 남기기 위해서 그리고 좀 더 높은 문학적 단계로 나가기 위해 자신을 파괴하는 피폐한 삶을 지속할 수 밖에 없는 모순에 노출되어 있다. 물론 독자는 그들의 모습이 더 많이 피폐해지고 작품에 스며들수록 더 많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보단 집단, 심지어 개인의 일탈조차 집단의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허용되는 일본 사회에서 메이지 서구의 자연주의 문학에 자극을 받아 소설이라는 플랫폼을 매개체로 ‘나’ 스스로를 대상 삼는 ‘사소설’이 유행했다는 사실이 필자에겐 매우 흥미로웠다. 자신을 정직하게 외부로 노출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운 사회에서 작가에겐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을 표출하는 하나의 탈출구로서, 독자에겐 서로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합법적이지만 은밀하게 관음할 수 있는 도구로서 사소설이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는 생각이 든다. 즉, 개인을 표출할 공간이 한정적인 일본 사회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강렬한 현상이 아닐까 싶다.
이외 아동용 백팩에 해당하는 란도셀 이면에 숨겨져 있는 학생, 부모, 학교 그리고 지자체 등의 모습, ‘이야시’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휴식이 필요한 일본 사회의 분석 등 여러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주제가 이 책에는 언급되어 있다. 일본 사회를 다양하게 한번 살피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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