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과 함께하는 영상의 향연

영화 말리그넌트(malignant) - 오락 반전영화의 무난한 전개와 2% 부족한 아쉬운 결말

by 맑은오늘~ 2021. 9. 16.
반응형

저는 공포영화를 나름 즐겨봅니다. 인간이 느끼는 공포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원초적인 생물학적 두려움에도 유래하지만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 있어 문화적 요소에도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지역적으로 한국에서 제작된 공포영화를 가장 선호합니다. 같은 이유로 서구, 특히 미국에서 만든 공포영화는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이해 부재와 문화적 관련성 부족 등의 원인인지 몰라도 딱 즐겨보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선택지가 제한되는 상황에선 다른 장르에 우선하여 관람하는 편입니다.

 

저에게 있어 영화 말리그넌트는 위와 같은 점에 있어 개봉 시기가 적당했습니다. 가족 영화와 액션 영화가 주류를 이루는 추석 전주에 그것도 공포 장르에서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을 했다는 영화 말리그넌트는 수요일 어떤 영화보다 최우선 관람 1순위였습니다. 결과적으로 2% 부족하지만 돈이 아까운 수준은 아닌 영화 '말리그넌트' 영화 평을 시작합니다.

 

 

항상 남기는 멘트입니다만 제 포스팅에서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되독록 스포일러를 남발하지 않으려 노력은 하지만 공포와 반전 장르의 특성상 약간의 힌트만으로도 영화의 재미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에 혹시 영화를 보지 않고 이 점이 우려스러운 분은 가볍게 제 다른 포스팅을 감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말리그넌트'란?

 

캠브리지 사전에 기록된 영국식 영어 말리그넌트는 형용사로 '병'(disease)을 의미하는데 구체적인 예문으로 말리그넌트 병이나 성장이란 암이나 암과 관련된 것으로 해롭다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국 영어에서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 또는 병을 야기하는 조직 성장) 정도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근데 이런 막연한 해석보다는 이 단어의 한국 용례는 악성(종양)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솔직히 한국 사람 중에 영단어 '말리그넌트'의 뜻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일전에 레미니센스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이건 영화 수입 배급사의 게으름 문제로 지적하고 싶습니다. 원 제목이 'Basic Instict(기본적인 본능)'이었던 영화 원초적 본능의 작명이 영화의 흥행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영어 단어의 발음 그대로 차용한 영화 말리그넌트는 한국에서 흥행을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악성'이라는 뜻을 알게 하면 관객이 영화의 복선을 미리 깨우칠까 걱정한 배급사의 진심 어린 걱정이라면 할 말 없지만요...

 

2시간 동안 영화의 전개에 대한 평가

 

일단 특별한 배경지식을 갖지 않더라도 1회 관람만으로도 영화의 설정과 전개를 이해하고 연출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결론에 도달하기 비교적 쉽습니다. 영화의 진행되는 전개 방향도 시간순으로 보통의 과거 공포영화가 나아가는 길을 충실하게 따라감으로써 굳이 관객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중영화 이상의 난해함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았도 될 듯싶네요.

 

오히려 앞에서 뒤의 결말을 설명하기 위해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너무 많은 설정과 떡밥 그리고 인물을 바닥에 깔고 보여주느라 중반까지 진행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일상적이지 않은 조금은 특이한 반전(뒤에서 조금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이 뒤에서 전개되는 점은 이 영화의 손꼽힐 특징입니다. 더구나

 

앞단의 느꼈을 지루함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 해소해주려는 연출자의 기획인지 아니면

자신의 기획 정체성을 공포와 악령에 국한시키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에 따라선 굳이 필름을 낭비하면서 이런 장면을 넣었나 싶을 정도로 호불호가 갈릴만한 피가 낭자한 강렬한 액션이 난무하는 후반부 또한 이 영화의 특징적인 감상 포인트입니다.

 

연출자의 생각을 추측해 보기

여기서부터는 독자에 따라 스포일러가 가득할 수 있습니다. 남이 밟지 않은 눈길을 좋아하는 분들은 여기에서 사뿐히 뒤돌아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다소 엉뚱한 첫 녹화장면을 시작으로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어쩌면 평범할 수 있는 부부싸움 중 과하다 싶을 정도의 폭력으로 이 영화의 빌런, 가브리엘이 '각성'을 하고 직접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특이한 점은 주인공 메디슨(다른 이름도 있습니다만 강한 스포일러라 생략~~)은 이 빌런이 활동할 때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가브리엘은 메디슨과 접합점을 만들더니 급기야 직접적으로 접촉까지 합니다.

 

이제부터 직접적인 스포일러입니다.

 

사실 가브리엘은 혼자서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직접 할 수 있던 능력은 거세당했고 거세당하지 않은 부분만이 억지로 봉인되었기 때문이죠. 가브리엘의 행동은 사실 그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주인공 메디슨의 그것이었습니다.

 

메디슨과 가브리엘은 태어날 때부터 결합성 쌍생아(여기에 작가의 생물학적 상상력이 결합되어 반전이 됩니다)였지만 정상아였던 메디슨과 달리 가브리엘은 영화 내내 '악', '암'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정의되어 관리되거나 제거되어야 할 대상으로 취급받았습니다. 즉, 같은 육체를 공유하고 있었지만 한쪽은 구제받을 수 있는 존재로 그래도 정상적인 삶이 어느 정도 보장되었지만 다른 한쪽은 부정적인 존재로 취급받아 결국 신체 대부분이 잘려나가고 불가항력적인 부분은 감춰지고 덮였죠. 

 

이 영화의 전개는 이 억제된 존재가 우연한 기회에 사회로 나와 자신에게 해를 끼친 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성폭행, 부모에게 버림받은 미아 그리고 생명체를 연구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비윤리적 과학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나열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진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들었습니다만 그러나 이런 문제와 설정에도  불구하고 악은 결국 악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순화되어야 하기보단 다시 봉인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한 결말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습니다. 뭐랄까요, 일반적인 시작에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극적인 제기 그리고 문제를 덮은 착한 이들의 행복한 그들만의 리그 결말... 이 무슨 용두사미인가요....

 


 

공포영화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최근 주춤한 제임스 완 감독의 영화, 말리그넌트, 적당한 오락영화를 희망하는 분들께 추천하며 오늘 포스팅을 마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