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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일 강의 죽음(Death on the Nile) - 21세기 시각으로 바라본 20세기 추리 소설의 창조적 각색(줄거리, 결말, 감상 등)

맑은오늘~ 2022. 2. 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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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영화 '나일 강의 죽음'은 영국의 저명한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중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원작이기 때문에 사람들에 따라선 추리 작품으로 커다란 신선감을 느끼는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범인을 유추하는데 확신을 가지지 못한 글쓴이와 같은 추리소설의 젬병이나 자연과 인류의 최대 건축물과의 조화를 커다란 화면으로 즐기고자 하는 관객에게 있어 이 영화는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또한 20세기 배경을 21세기 시각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작가와 연출자가 보여준 창조적 각색도 이 영화의 관람에서 얻을 수 있는 커다란 즐거움입니다. 오늘 포스팅은 여주인공 '리넷 리지웨이'에 대한 평가와 각색을 찾아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감상평입니다.

 

 


 

이야기의 전개

 

멋진 남성미를 자랑하면서도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시이먼 도일과 엄청난 부를 상속받은 외동딸이면서 매력적인 외모를 갖춘 리넷 리지웨이 도일.

 

 

이 두 연인은 많은 하객들 앞에서 그들이 가진 것을 과시하면서 이집트의 한 화려한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립니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편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과거의 오점 때문에 막상 즐거워야 할 신혼여행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신부 리지웨이의 특별한 의뢰 때문에 이 신혼여행에 동행한 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결혼식의 참석한 하객들의 행동과 아름다운 이집트 나일 강을 가로지르며 신혼여행 일정을 소화하는 초호화 여객선 카낙호에서 불길한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던 중 발생한 끔찍한 살인사건과 연이은 의문의 살인사건, 냉혹한 탐정 포와로조차 느끼는 불안한 감정의 동요가 영화를 미궁 속으로 이끌어 갑니다.

 

엄청난 부를 거머진 상속녀, 그녀는 정말 행복했을까?

 

사람들이 부러워할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성공한 사업가인 아버지 덕에 엄청난 부를 가진 상속녀로 묘사되는 리넷 리지웨이 도일. 거기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남편까지 얻었습니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부러울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리지웨이

 

 

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런 배경 속의 인물과 같이 영화 속 그녀는 '안하무인'입니다. 그녀가 이룬 사랑은 사실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의 연인을 빼앗은 결과입니다. 또한 리지웨이는 그녀를 가장 가까이서 돌본 하녀 '루이즈 부르제'에게 다가온 사랑을 돈으로 매수하여 부르제의 행복을 망가뜨리는 짓을 서슴지 않습니다. 부르제를 위한다는 명목으로요.

 

리지웨이는 원하는 모든 것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을 이용하여 쟁취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그녀에게 큰 행복으로 다가오진 않는 듯싶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그녀 또한 탐정 포와로의 대면에서 주변에 믿을 사람이 한명도 없다고 실토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미추기도 합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긴 합니다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자신의 꾀에 넘어가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죽음으로 관객이 깨닫게 해 주면서요.

 

그래도 가업승계는 제대로 된 듯싶은데...

 

'하지만' 그녀의 행동이 비윤리적이고 다소 막장끼가 있다고 해도 리지웨이는 아버지로부터 유전적으로든, 개인적 교육이든 여하튼 충분히 사업적 수완을 승계받고 역량을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신혼여행 중에도 독소조항이 삽입된 계약서를 통해 그녀를 속이려는 사촌 관리인의 간계를 평상시의 습관(세상에 완벽하게 작성된 계약서는 없다는 대사와 함께)을 통해 넘겨버립니다. 또한 아버지의 사업(등장인물들의 대사에서 추론해보건대 부동산 투자인 듯싶습니다)을 이어받아 완만한 '수성'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그녀의 안하무인 태도는 잘못된 집안 교육에서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차별적 태도가 몇몇에게 관찰되었죠. 하지만 성장하면서 개선될 가능성이 엿보이긴 합니다. 흑인으로서 엘리트인 로잘리 오터본과 교우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이 점을 잘 들어내 줍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녀의 허무한 죽음으로 인해 그저 가능성으로 끝났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21세기를 위해 각색된 사회적 배경

 

앞서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영화는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는 아름다운 영상미 하나만으로도 관람이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스핑크스를 직접 보지 못했거나 혹은 봤다 하더라도 그 감동을 정교한 카메라 앵글에서 다시 느끼고자 하는 관객을 위해 영화는 영리한 방식으로 이야기 전개에 어색하지 않은 영상과 구도를 화면 속에서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아래 장면은 평생 이집트를 방문해보지 못한 글쓴이에게 참 감사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은 꼭 대형 스크린에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하는 나일 강 주변 환경을 담아낸 영상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좀 더 많은 장면을 캡처하여 포스팅하지 못한 것이 끝나 안타깝네요.

 

21세기 관점에서 각색된 등장인물과 그들의 행동 또한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남북전쟁이 끝난 시점이 1865년입니다. 이 영화가 배경으로 삼고 있는 1933년까지 겨우 70여 년이 흘렀습니다. 노예 신분이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19세기 중반 정치적 해방을 경험했다 하더라도 이 시기에 엘리트 백인 여성과 같은 학교의 기숙사 친구가 될 정도로 사회적 굴레가 벗어졌을 리 만무합니다. 조금 딴지를 걸자면 원작에서 인종을 언급하지 않은 점에 착안한 의도된 설정 오류로 보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우리를 비롯하여 서구사회가 지금까지 제거하지 못한 맘속 깊은 곳에 가지고 있는 편견을 주인공의 입을 통해 비판합니다. 흑인들은 무능하다는 편견. 등장인물 중 2명의 흑인 중 한명인 살로만 오터번 부인은 유능한 가수이자 여러 남자를 홀릴 능력(?)이 있는 인물로 나옵니다. 오터번 부인의 조카인 로절리 오터번은 영화의 여주인공인 리지웨이와 같은 기숙학교에 다니고 투자능력도 있는 엘리트로 포와로의 입을 통해 설명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포와로는 오터번 부인에게 감정을 느껴 자신의 콤플렉스까지 보여주려는 마음을 영화 마지막에 보여줍니다. 20세기 초 나름 상류사회에 속해 있던 백인 남성이 노래를 부르는 흑인 여성에게 감정을 표현할 준비를 한다는 것은 시대적 배경을 감안할 때 거의 성립하기 힘든 설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설 속 냉철한 머리만 있는 주인공이 아니라 뜨거운 심장과 열린 자세를 가진 포와르가 글과 영화와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배경까지 망친다면 과하다고 할 수 있겠죠. 작품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성공적인 수준으로 창조적 각색을 시도한 영화 제작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에필로그

 

영화에서 글쓴이의 눈에 띈 PPL - TIFFANY & Co. 을 공개하면서 오늘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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