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 과거를 버리면서 동시에 과거에서 찾은 부활의 몸부림
프롤로그
독창적인 쿼티(QWERTY) 자판과 포도송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한 때 북미와 유럽의 휴대폰 시장에서 지역 패자로 군림하였지만 아이폰의 등장으로 그 자리를 내주고 역사 속에 조용히 사라질 뻔했던 브랜드 '블랙베리', 이 회사가 AI를 기반으로 하는 사이버 보안 업체로 다시 부활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매일경제 기사가 있어 간단한 내용 정리와 함께 소회를 적어볼까 합니다.
핸드폰 제조업체의 변신
블랙베리의 업종 변화는 2013년 존 첸 블랙베리 회장 겸 CEO의 부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앳호크, 굿테크놀로지 등 소프트웨어 전문회사들과 M&A를 진행하고 자동차 플랫폼 개발 업체들과 협력을 진행하면서 블랙베리의 변화를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블랙베리는 세계 10대 자동차업체 중 9개 사와 관계를 가지고 세계 1억 7500만 대 자동차에 인텔리전트 보안 소프트웨어를 탑재시켰습니다. 또한 소프트 보안 업체답게 현재 전 세계 7개 국가 18개 주요 R&D센터와 3만 7천여 개의 특허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암호화·임베디스 시스템, 자율주행차량 내장 소프트웨어 등의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변신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정확한 안목을 가지고 과감한 실행만이 있을 뿐
한국에서 블랙베리는 그렇고 그런 핸드폰 제조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10년 전 해외에서 목격된 블랙베리의 모습은 핸드폰 제조라는 외투로 무장한 보안업체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사실 블랙베리폰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높은 보안성에 있었는데 때마침 북미에서 통신을 통한 이메일 서비스와 이 보안 서비스가 결합하여 블랙베리폰의 인기가 높아진 데다 오바마 대통령도 사용한다는 마케팅에 더불어 높은 인기를 구가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이폰과 갤럭시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보급은 소비자로부터 블랙베리폰의 활용성과 실용성에 의구심을 불러왔고 스마트폰으로서 매출 하락과 더불어 블랙베리라는 회사가 역사 속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주력 매출이 석양을 넘어가는 그 시점, 존 첸 CEO는 블랙베리가 가장 잘하고 있던 분야였던 보안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견하고 회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회사는 2010년대 초 당시에는 잘 눈에 띄지 않았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유사한 양상을 띄기 시작했던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를 인식하고 자사의 QNX 프로그램을 지역에 상관없이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강구하여 오늘날까지 이르렀습니다.
블랙베리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영향을 받아 자사의 강점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케이스였습니다. 높은 내구성과 보안 안정성이 근거한 핸드폰 설계는 대중에게 스마트폰 자체로서 매력이 떨어지게 만드는 요소였고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한편 오랫동안 쌓아왔던 보안 관련 노하우는 디지털화가 심화되는 현대 산업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피나는 노력을 경주하였고 그 결실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싶습니다.
에필로그
한 시대를 풍미했던 블랙베리폰의 인기에 비하면 오늘날 블랙베리의 부활은 그 중량감이 다소 떨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수많은 기업들의 흥망성쇠가 이루어지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망'과 '쇠'가 논의되던 기업이 다시 '흥'과 '성'을 입에 담을 수준으로 올라가는 예는 많지 않습니다. 블랙베리의 선전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