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은비적각락(隐秘的角落) - 3편: 창조적 각색이 보여준 성과
프롤로그
드라마의 원작, 나쁜 아이들은 대중소설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사용하여 글을 읽는 독자가 많은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인물들의 생각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시간순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여 독자들이 큰 어려움 없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인 특징이 있습니다. 원작 『나쁜 아이들』은 이처럼 대중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갖춘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사고와 윤리의식을 가진 청소년들이 벌이는 행동과 패륜범죄로 내용이 구성하였으며, 이 덕에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소설로 출간하는 것과 다수 대상으로 영향력을 가진 영상물을 이런 소재로 제작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사전 심사가 존재하는 중국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드라마 극작가와 연출가는 소설의 인기 요소는 유지하면서도 앞서 언급한 부정적인 부분을 희석하고 동시에 사회적 요구 방향을 모두 만족해야 하는 제약을 이겨내야 하는 지상과제가 있어죠. 그리고 이들은 사실상의 재창작 수준에 이르는 각색을 통해 이를 달성하였습니다.

http://www.nrta.gov.cn/col/col2011/index.html
国家广播电视总局 机构
总局职责 第一条 根据党的十九届三中全会审议通过的《中共中央关于深化党和国家机构改革的决定》、《深化党和国家机构改革方案》和第十三届全国人民代表大会第一次会议批准的《国务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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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에서는 이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뿌리에서 나왔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두 작품
원제인 은비적각락에서 은비隐秘는 우리말로 ‘은밀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적 的은 ’~의‘, 그리고 각락角落은 ’구석‘, ’모퉁이’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를 풀어보면 ‘은밀한 구석’ 또는 ‘은밀한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중국어의 어감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두 작품의 제목에서부터 이들의 작가들이 추구하는 방향이 다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은비적각락’은 그 말 그대로 은밀한 부분을 뜻합니다. 즉, 드라마는 사람들이 다른 제삼자에게 결코 밝히고 싶지 않은 주체의 내면과 불편한 과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드라마 『은비적각락』 속 인물들은 얼핏 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상적인 윤리의식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이 닥친 부조리한 상황이 그들의 생존을 방해하죠. 이런 상황에 그들은 방관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한계에 다다르면 사회에서 용인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삶을 유지코자 합니다. 그들은 이런 자세나 행동을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비밀스러운 곳에 묻고자 했지만, 그 과정에서 사건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면서 이야기가 계속 전개됩니다.
하지만 소설 『나쁜 아이들』 속 인물들은 전혀 다른 부류입니다. 제목 ’나쁜‘에서 암시하듯 다들 자신의 목적과 의도가 있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들로서 사회적 제약과 환경을 도덕이나 윤리 또는 양심으로 이겨내려는 어떠한 의지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요약하자면 철저하게 악하면서도 유약한 인간들입니다. 드라마와 대부분의 중요한 사건들은 대부분 공유하지만, 소설 속 그것들은 드라마보단 우연적이지 않고 의도적까지 합니다. 이런 인물과 전개가 『은비적각락』이 소설과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 바로 이곳입니다.
창조적 각색을 찾아볼 수 있는 부분들
1. 산정상에서 장인과 장모를 밀어버리는 장동성의 마음가짐
예를 들어 장둥성이 산에서 처의 부모를 밀어버리는 장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소설에 따르면 이 계획은 장둥성이 아내와 거래가 멀어지면서 1년 넘게 치밀하게 계획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살인이 완료된 후 소설 속 화자는 장동성이 조용한 냉소를 지은 것까지 알려 줍니다. 장둥성은 처에 대한 복수든, 재산이든 처음부터 목적을 가지고 사건 계획했으며, 그 계획의 성공적 달성에 성취감을 느끼는, 소위 악한 인물의 전형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장둥성은 인간성 측면에서 다른 차원의 인물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도 처의 부모를 살해하였지만, 이야기 전개상 살인은 다소 우발적으로 발생한 듯 싶습니다.

또한, 행동 직전 그는 다소간의 망설임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후 영상이 보여주는 그의 행동에서 계획적인 부분이 있지 않았냐는 추측도 가능하긴 한데 잠재태와 현실태가 뒤섞여 있어 시청자의 판단을 유보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장둥성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 대부분 인물들은 소설 속 그들과 다르게 두 가지 상반되는 성격을 가지고 행동하는 입체적 캐릭터들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점이 원작 소설의 극단적인 전개를 희석 또는 배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드라마 제작진이 정부 당국에 보내는 신호
한편, 드라마 제작진은 원작의 변형 이외 새로운 인물의 창조와 기존 인물의 추가적인 역할 배정을 통해 국가 공권력에 경의를 표하고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는 신호를 드라마 곳곳에서 보여줍니다.
그 중 한 명이 옌원빈입니다. 이 인물은 소설에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소설 속 경찰의 모습은 사건에 대한 상황과 전개만 독자에게 전달하는 존재일 뿐 제대로 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이 경찰관은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별도의 서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는 매우 강직하고 정의로우면 경찰로서 능력도 괜찮은 것처럼 묘사됩니다. 또한 책임감도 강해 범죄자의 아들까지 후견인으로서 돌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적인 아버지와 공무원의 전형이죠.

소설 속에 그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었던 차오양의 어머니 또한 드라마가 각별히 신경을 쓴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자녀를 양육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해내는지 별도의 장에서 집중적으로 그려집니다. 이 또한 고전적인 형태의 어머니 모습인데 이런 의도성 짙은 인물들의 삽입이 드라마 시청에 큰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놀라운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에필로그
드라마 『은비적각락』은 대중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방영하기에는 다소 민감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영상화했다는 점에서 그 각색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소설의 등장인물과 사건 전개를 거의 비슷하게 따라갔으면서도 인물들의 성격을 입체적으로 변경시키고 소설과 달리 영상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을 잘 살려 내용을 좀 더 입체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시청자뿐만 아니라 소설의 독자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드라마에서도 주차오양과 장둥성은 악역으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인물의 다면적 성격을 잘 부각하고 이야기 전개 곳곳에 여러 복선과 암시로 심어두어 소설과 달리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선 열린 결말로 해석될 여지를 충분히 남겨두었습니다.


이런 인물과 서사의 장점과 달리 가끔 이야기 전개를 방해하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는 중국 사회가 가진 장애물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흔적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전 심사가 없었다면 소설 『나쁜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을까요? 지금의 『은비적각락』을 뛰어넘는 더 우수한 영상물이 나왔을까, 아니면 소설에 근접한 자극적 소재의 드라마가 되었을까요? 이 또한 필자에게 하나의 생각 꺼리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