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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스 - 이제 보이스피싱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줄거리, 평가 등)

맑은오늘~ 2021. 9. 1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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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포스팅을 읽는 독자 중 보이스피싱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보이스피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70세가 넘으신 아버지에게 전화가 와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은 아니지? 네가 많이 아프다고 그러던데'라는 말씀을 하셔서 '지금 너무 건강하게 운전 중에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드린 적이 있었고

다른 한번은 갑자기 서울 중앙 지방검찰청을 사칭하는 여성분이 '특정 범죄자를 검거했는데 조사 중 제 계좌가 도용된 흔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계좌를 알려줬는데 다행히도 그 금융기관은 제가 거래를 하지 않는 곳이라 장난스럽게 받았더니 눈치채고 끊더라고요.

두 번의 경우 다 저랑 맞지 않는 정보 덕에 빨리 눈치챌 수 있었지만 만약 이런 상황이 모두 저에게 일치된 정보에 기반했다면 과연 이런 재수 없는 일을 쉽게 피할 수 있었을까요?

'영화 보이스'는 일반인의 고정관념과 달리 보이스피싱에 넘어갈 것 같지 않은 대상(나이가 상당히 젊은 사람들입니다)이 어떤 식으로 범죄자의 마수에 빠져들어가는지를 소재로 만든 영화입니다.

제목에도 언급한 바와 같이 추석의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의 영화만을 골라야 한다는 추천하는 이 영화, 왜 추천하지는 지금부터 한번 이야기를 전개해 보겠습니다.

항상 남기는 멘트입니다만 제 포스팅에서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되도록 스포일러를 남발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포스팅의 성격상 어느 정도 정보가 곳곳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이번 영화는 이 정도 정보는 가지고 가셔도 무방하니까 혹여 내용을 보셨다고 해도 너무 걱정하신 마세요~~


2시간 동안 영화 전개에 대한 평가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남에게 해를 끼 지지 않고 사는 선량한 사람들 →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피해 발생 → 여기에 연루된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분고투 등등

이후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액션이 가미된 사건 해결 구조로 전개됩니다. 따라서 내용은 연출자가 보여주는 장면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내용 전개 때문에 관람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습니다. 극의 전개가 비교적 빠를 뿐만 아니라 연출자의 능력 덕에 필요한 대목마다 긴장 구조와 장면도 매우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배우들의 열연도 매우 돋보입니다. 우선 곽 프로로 등장하는 김무열씨입니다. 전 영화 속 인물에게 그렇게 감정이입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인데 정말 김무열이 열연한 곽프로는 보는 내내 한 주먹 날리고 싶었습니다. 한 배우가 그 배역에 몰입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요? 배우의 인상 원형과 그동안 나왔던 캐릭터가 다소 까칠한 배역이기도 했지만 이번 역은 곽프로 = 김무열이란 공식이 딱 적합하단 생각입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한국판 조커역을 담당한 히스 레저랄까요?

주연 역을 맡은 변요한 씨의 제대로 익은 연기도 영화를 돋보이게 합니다. 보통 이런 부류의 영화의 주인공은 현실에선 잘 공감이 안 가는 '선한 척', '정의로운 척'을 하기 때문에 극 중 몰입이 방해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그런 모습을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이 캐릭터를 잘 해석한 변요한 씨와 연출가 덕에 이런 방해 없이 영화를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도 단점이 눈에 띕니다. 아니 정확한 표현은 단점이자 장점(뒤에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입니다.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전문적인 조직, 장비, 방식 등에 대한 내용으로 사건을 구성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저 같은 사람은 전체적인 전개를 자세하게 이해하는 데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제한된 시간에 배우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관객에게 조금이나마 이를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역시 어쩔 수 없는 한계는 한계라는 느낌입니다.

왜 이 영화를 추천하는데요?

교훈, 재미, 감동이 모두 있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교훈, 교훈을 가장 먼저 앞세운 까닭은 이 영화는 분명 대중영화이자 상업 영화이자만 교육성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훈이나 교육적인 측면에서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보이스피싱에 대한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점입니다. 50대 이하의 사회활동을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보이스피싱은 사리분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나이 드신 분들이 재수 없게 겪는 일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껍니다.

영화 속 곽 프로가 강조하는 단어가 있죠. '공감', 영화 속 보이스피싱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속는 상대방을 찾는 수준이 아닙니다. 첨단 IT 장비와 조직 시스템과 불법으로 얻은 개인의 고유 정보를 활용하여 마케팅 기법까지 적용하여 개인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건 거의 금융권 프라이빗센터에서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 서비스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영화 속 보이스피싱 조직이 목표로 삼은 대상은 재력을 마련할 수 있는 젊은 층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현실 속에서도 이들 중 일부는 아마도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수치심으로 여겨 주변에 도움조차 청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교육을 받고 사리분별이 명확한 층조차 보이스피싱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대응 또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최대 장점입니다.

재미는 이미 앞선 항목에서 거의 설명드렸습니다만 조금 보충하자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단조로운 이야기 전개 속에 배우들의 열연과 시의 적절한 긴장 구조가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권선징악의 스토리 구조는 자칫 결말에 대한 허무함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찝찝함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영화 보이스는 그런 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감동, 어쩌면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저는 영화 속 피해자들에게 잠시나마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사실 보이스피싱에 넘어간 사람들은 개인적인 욕심으로 인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어리석은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닙니다.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든 돕고자 하는 선한 의지가 이용당한 것이죠. 영화에서 타깃으로 삼아졌는 공사현장 소장, 취준생의 주변 지인들... 그들이 전화 한 통에 선뜻 자신의 돈을 잘 알지도 못하는 대상에게 송금하고 그리고 그로 인해 고통을 겪는 장면이 나올 때 저 또한 가슴 깊은 곳에서 말할 수 없는 울분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감독님이 고맙게도 이들의 피해가 해결되도록 이야기를 전개했을 때 뭔가 막힌 부분이 뚫리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습니다. 저 또한 앞서 단순한 권선징악 구조를 언급했지만 영화 속에서라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 걸 느끼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포스팅에서 잘 쓰지 않은 과한 칭찬을 제목에 언급했습니다. 다음의 영화부터는 도대체 어떻게 제목을 달지 사실 두렵기도 합니다만 이 영화는 정말 한 번은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어 다소 과잉 감정을 표출한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글 읽는 독자들 즐거운 연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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